대안신용평가 알고리즘, 정부는 왜 못 미더워할까
솔직히 이 뉴스를 처음 봤을 때는 좀 의아했다. 토스뱅크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법정 목표치(30%)를 넘어 34.75%까지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금융위원회는 여전히 못마땅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정책실장은 지난 5월 초 개인 SNS에 비판 글을 남겼다. 이게 1분기 실적 발표 직후에 나왔다는 점이 눈에 띈다. 타이밍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목표는 넘었는데 칭찬은커녕 견제를 받는 이 아이러니, 필자는 답이 ‘비중’이라는 숫자 하나에 있지 않다고 본다. 그 숫자를 뽑아내는 대안신용평가 알고리즘이 실제로 누구를 골라내고 있는지, 거기에 진짜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전문은행과 중저신용자 대출 의무란 무엇일까?
인터넷전문은행은 오프라인 지점 없이 앱만으로 굴러가는 은행이다. 국내에는 토스뱅크,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세 곳이 있다. 이들은 출범 당시부터 특별한 조건을 안고 인가를 받았다. “신용점수가 낮아 기존 은행에서 문전박대당하던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줘라”는 조건이다. 이걸 수치로 관리하는 게 바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다. 금융당국은 매년 잔액 기준 30%라는 목표선을 제시해왔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이 목표를 채우는 방식이다. 통신비나 공과금 납부 이력처럼, 전통적인 신용평가에서는 잘 안 쓰던 데이터까지 끌어온다. 그렇게 상환 능력을 다시 계산해보는 게 대안신용평가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인터넷은행이 내세우는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 알고리즘을 얼마나 ‘진심으로’ 설계했느냐다.
숫자를 조금만 더 파보면 보이는 것
토스뱅크 중저신용자 대출 실적을 다른 두 은행과 나란히 놓아보면 뭔가 이상한 게 눈에 띈다. 잔액 기준으로는 토스뱅크가 34.75%로 3사 중 가장 높다. 그런데 최근 새로 내준 대출만 따지는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카카오뱅크가 45.6%로 훨씬 앞서고, 토스뱅크는 34.46%에 머문다. 필자가 볼 때 이 격차가 이번 논란의 진짜 몸통이다. 잔액 기준은 과거에 쌓인 대출까지 다 포함한 누적치다. 예전에 열심히 했던 흔적이 지금도 점수를 깎아먹지 않고 남아있는 셈이다. 반면 신규취급 비중이 낮다는 건 다른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요즘 들어” 중저신용자보다 신용도 높은 고객 위주로 대출을 내주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토스뱅크 신용대출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는 KCB 기준 930점이었다. 이는 신한은행(911점)이나 우리은행(928점)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법정 목표는 채웠지만 대출 문턱은 오히려 시중은행보다 낮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왜 우량 고객만 골라 받는다는 비판이 나올까?
이 지점에서 필자는 토스뱅크를 무작정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은행 입장에서는 연체율 관리도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사례가 잘 보여주는 게 하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사업 모델 자체가 두 힘 사이에 서 있다는 점이다. 포용금융(신용도가 낮은 계층에게도 금융 접근성을 넓혀주자는 정책 방향)과 건전성 관리, 이 둘은 서로 잡아당긴다. 대안신용평가라는 그럴듯한 이름의 알고리즘도 결국 마찬가지다. 이 줄다리기에서 어느 쪽에 무게를 싣느냐에 따라 성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토스뱅크가 던진 승부수
흥미롭게도 토스뱅크는 이 논란이 불거지던 시기에 조직 개편 카드를 꺼냈다. 지난 5월 전략운영총괄책임자 자리를 새로 만들었다. 쿠팡 출신 임승현 전략가를 영입한 것도 이때다. 아주경제 보도를 보면 첫 과제가 무엇인지 나온다.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면서도 연체율은 잡아야 하는, 말처럼 쉽지 않은 균형점 찾기다. 동시에 주택담보대출 신상품도 준비 중이다. 개인사업자 대출 라인업도 넓히는 중이다. 필자 눈에 더 들어오는 건 따로 있다. 신탁·연금 같은 비이자이익 사업으로 발을 넓히려는 움직임이다. 대출 하나에만 매달리지 않고 수익원을 쪼개두면 유리한 점이 있다. 규제 리스크에도, 경기 변동에도 덜 흔들린다는 점이다. 이건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추진해온 디지털 전환(DX) 전략과도 결이 비슷하다.
IT-SUE의 시각: 결국 신뢰의 문제다
필자가 보기에 이번 논란에서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다. 대출 비중 몇 퍼센트냐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 숫자를 만들어내는 알고리즘을 얼마나 투명하게 설계했느냐가 핵심이다. 그리고 그걸 규제당국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설명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개인적인 예상이지만 다음 요구는 목표치 상향이 아닐 것 같다. 심사 모델을 들여다볼 수 있게 공개하라는 요구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카카오뱅크처럼 신규취급 비중을 밀어붙이는 전략도 있다. 토스뱅크처럼 비이자이익으로 우회하는 전략도 있다. 둘 중 뭐가 더 오래갈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다만 확실해 보이는 것도 있다. 인터넷은행이 이제 “편리한 모바일 은행”이라는 타이틀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시점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토스뱅크 중저신용자 대출을 둘러싼 이번 논쟁도 결국 그 신뢰 게임의 첫 장일 뿐이다. 다음 승부처는 알고리즘에 대한 신뢰를 누가 먼저 증명하느냐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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