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모 자율주행 칩, 로보택시 확장의 숨은 변수

왜 로보택시 회사가 갑자기 반도체 설계에 뛰어들었을까

웨이모가 지난 8월 20일 자체 개발한 반도체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로보택시 회사가 칩 설계까지 손댄다는 소식에 필자는 살짝 의아했다. 소프트웨어와 지도 데이터가 핵심이라 믿었던 회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뜯어보니 이 결정에는 꽤 분명한 계산이 깔려 있었다.

8월에 겹친 두 발표, 웨이모 자율주행 칩과 확장 승인

공교롭게도 웨이모는 8월 14일 캘리포니아 18개 카운티에서 유료 운행 승인을 받았다. 그리고 엿새 뒤인 8월 20일, 6세대 자율주행 시스템에 들어가는 웨이모 자율주행 칩을 공개했다. 확장 승인과 칩 공개가 같은 달에 몰린 건 우연이 아니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차량 대수가 늘어날수록 대당 하드웨어 비용이 사업 전체의 손익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이 칩은 TSMC의 5나노 공정으로 만든 듀얼 ASIC 구조다. 초당 1000조 회 이상, 즉 1000 TOPS급 연산 성능을 낸다고 웨이모는 밝혔다. SiliconANGLE 보도에 따르면 이 칩은 카메라 13개, 라이다 4개, 레이더 6개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한다. 캘리포니아 확장은 Electrek 보도에서 이번이 웨이모 역사상 가장 큰 규모라고 전했다.

테슬라와는 다른 길, 그런데 목적지는 비슷하다

이 지점이 흥미로운데, 웨이모와 테슬라는 센서 철학이 완전히 다르다. 테슬라는 카메라만으로 주행을 판단하는 비전 온리 전략을 고수해왔다. 반면 웨이모는 카메라·라이다·레이더를 모두 쓰는 센서 퓨전 방식을 유지한다. 그런데도 두 회사 모두 결국 자체 칩 설계라는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필자가 보기엔 웨이모 자율주행 칩 전략은 이념이 아니라 비용의 문제다. 범용 GPU로는 초당 수십 개 센서 신호를 지연 없이 처리하기 어렵다. 픽셀 인식부터 실제 제동까지 걸리는 시간, 이른바 지연시간이 사고를 좌우한다. 범용 칩보다 전용 칩이 이 구간에서 확실히 유리하다.

구분 웨이모 6세대 테슬라 FSD
센서 구성 카메라+라이다+레이더 융합 카메라 중심 비전 온리
칩 제조 TSMC 5나노 자체 듀얼 ASIC 자체 설계 FSD 컴퓨터
연산 성능 1000 TOPS 이상 공식 수치 비공개
이전 방식 인텔 FPGA·엔비디아 GPU 혼용 엔비디아 GPU에서 자체 칩 전환
사업 형태 완전 무인 로보택시 운영 운전자 보조와 로보택시 병행 추진

표로 정리하고 나니 오히려 명확해지는 부분이 있다. 두 회사 모두 결국 반도체 수직 통합 없이는 사업 경제성을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한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흐름이 자율주행 업계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우버나 죽스 같은 후발 주자도 비슷한 선택지 앞에 서게 될 것이다.

웨이모의 전략적 대응, 확장의 발목을 잡지 않으려는 계산

웨이모는 이번 칩에 액체 냉각과 이중화 설계까지 넣었다. 칩 하나가 고장 나도 나머지 하나가 즉시 연산을 이어받는 구조다. 무인차 특성상 결함이 곧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안전 마진을 하드웨어 단계부터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솔직히 이건 좀 아이러니하다. 자율주행의 핵심은 소프트웨어라던 초기 업계 통념과 정반대 행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판단 속도를 받쳐줄 하드웨어가 없으면 그 판단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웨이모는 이번 발표로 이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여기서 눈에 띄는 건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려는 흐름이 빅테크 전반에서 반복된다는 점이다. 오픈AI도 브로드컴과 손잡고 자체 추론 칩을 만든 바 있다. 본지가 다룬 오픈AI의 할라피뇨 칩 사례와 맥락이 겹친다. 로보택시든 거대 언어모델이든, 규모가 커질수록 범용 칩 비용은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IT-SUE의 시각

필자는 이번 발표를 단순한 기술 뉴스로 보지 않는다. 캘리포니아 18개 카운티 승인 직후 칩을 공개한 순서 자체가 메시지라고 본다. “이제 규모를 감당할 준비가 됐다”는 선언에 가깝다는 게 개인적인 해석이다. 하드웨어 자립 없이는 도시 단위 확장이 밑 빠진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웨이모도 알았을 것이다.

다만 낙관만 하기는 이르다. TSMC 5나노 공정 확보 경쟁은 엔비디아·애플·퀄컴까지 이미 치열하다. 웨이모 자율주행 칩 역시 이 공급망 경쟁에서 자유롭지 않다. 앞으로 관전 포인트는 이 칩이 실제 양산 차량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탑재되느냐다. 로보택시 경쟁은 이제 소프트웨어를 넘어 반도체 조달 능력의 싸움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게 필자의 최종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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