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반도체 관련 자료를 보다가 낯선 단어 하나에 멈칫했다. ‘실리콘 포토닉스’. 이름만 보면 그냥 또 다른 반도체 신소재 같은데, 알고 보니 이건 소재 이야기가 아니었다.
전기 신호 대신 빛으로 데이터를 나른다는 개념이었다. 왜 지금 이 기술이 AI 업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로 떠올랐는지, 그 이유를 파고들어 봤다.
실리콘 포토닉스, 정확히 뭘 하는 기술인가
실리콘 포토닉스는 전기 신호를 빛(광신호)으로 바꿔 전송하는 반도체 기술이다. 레이저와 광 변조기가 전기 신호를 빛으로 바꾸고, 반대편의 포토디텍터가 다시 이를 전기 신호로 되돌린다.
말로만 들으면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구리선 대신 빛으로 정보를 나르면 더 빠르고, 더 적은 전력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구리 배선과 뭐가 다른가
| 구분 | 구리 배선(전기 신호) | 실리콘 포토닉스(광 신호) |
|---|---|---|
| 신호 감쇠 | 거리가 늘면 급격히 증가 | 상대적으로 낮음 |
| 병렬 전송 | 간섭 문제로 한계 존재 | 테라비트급 병렬 전송 가능 |
| 발열 | 고밀도 배선 시 급증 | 코패키지 방식으로 대폭 절감 |
| 적용 단계 | 이미 보편화된 성숙 기술 | 양산 초기 단계, 빠르게 확산 중 |
이 표를 보면 확실히 감이 온다. 구리 배선이 나쁜 기술이라서 바뀌는 게 아니다. 다만 지금 AI 인프라가 요구하는 데이터량을 감당하기엔 물리적 한계에 가까워졌다는 게 더 정확한 설명이다.
왜 하필 지금, AI가 이 기술을 필요로 하나
이 지점이 흥미로운데, 실리콘 포토닉스 자체는 사실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통신 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연구돼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갑자기 반도체 업계 전체의 화두가 됐다.
이유는 명확하다. ChatGPT 같은 초거대 AI 모델을 구동하려면 수천에서 수만 대의 GPU를 하나의 클러스터로 묶어야 한다. 이 GPU들 사이를 오가는 데이터량이 기존 구리 배선의 한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필자가 보기엔 이게 진짜 핵심이다. AI 모델이 커질수록 연산 성능보다 오히려 ‘GPU 간 통신 속도’가 병목이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실리콘 포토닉스는 이 병목을 뚫는 열쇠로 주목받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코패키지드 옵틱스(CPO)’라는 방식도 함께 거론된다. 칩과 광 트랜시버를 한 패키지 안에 밀착시켜, 배선 길이를 수 밀리미터 이하로 줄이는 접근이다. 배선이 짧아질수록 발열도 줄어든다.
기업들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나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광통신 모듈 대형 업체와 함께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모리(HBM)와 파운드리, 패키징 역량을 하나로 묶는 ‘턴키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TSMC는 자체 광학 엔진 플랫폼 ‘COUPE’를 앞세워 엔비디아 공급망과 맞물린 양산 체제를 구축하는 중이다. 글로벌파운드리스 역시 관련 매출을 2028년까지 크게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경쟁 구도가 흥미롭다. 예전엔 ‘GPU 성능’만으로 AI 반도체 패권을 논했다면, 이제는 ‘칩과 칩 사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하느냐’가 새로운 승부처로 떠오른 셈이다. 이런 흐름은 웨이퍼 스케일 칩처럼 아예 다른 방식으로 병목을 풀려는 시도와 결을 같이한다.
아직 넘어야 할 과제들
- 광 부품과 실리콘 칩 사이의 정밀 정렬(패키징) 수율 문제
- 기존 구리 배선 대비 초기 생산 단가가 여전히 높다는 점
- 표준화가 덜 된 상태에서 각 업체가 다른 방식을 밀고 있다는 점
- 대규모 양산 경험이 아직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는 점
이 과제들을 보면 실리콘 포토닉스가 당장 모든 것을 해결해줄 만능 기술은 아니라는 게 분명해진다. 다만 방향성 자체는 되돌리기 어려워 보인다.
IT-SUE의 시각
실리콘 포토닉스를 들여다보면서 느낀 건, 결국 AI 경쟁의 무게중심이 계속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처음엔 알고리즘, 다음엔 GPU, 이제는 ‘연결’이 문제가 됐다.
솔직히 이건 좀 아이러니하다. 그렇게 화려한 AI 모델들의 성능이, 결국 빛으로 신호를 나르는 아주 기초적인 물리 기술에 발목 잡힐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기술의 진짜 승부처가 ‘패키징 수율’이라고 본다. 아무리 설계가 뛰어나도 대량 양산에서 불량률을 낮추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앞으로 몇 년간 이 수율 싸움이 AI 반도체 업계의 숨은 주전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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