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점수라고 하면 흔히 대출 상환 이력이나 카드 사용 내역을 떠올린다. 오랫동안 은행과 카드사는 이 몇 가지 지표만으로 사람을 줄 세워 왔다. 그런데 이 상식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 대안신용평가라는 이름으로, 전혀 다른 방식의 심사가 금융권 곳곳에 스며드는 중이다.
토스가 이 흐름의 한가운데 있다. 2026년 9월 8일, 토스는 AI 기반 기술금융사 PFCT와 손잡고 신용평가 모형을 함께 고도화하기로 했다. 필자가 보기엔 이 협업은 단순한 제휴 발표가 아니라, 토스가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 자산을 본격적으로 외부에 파는 첫 단계에 가깝다.
대안신용평가, 토스는 왜 지금 움직이나
토스는 자체적으로 ‘토스스코어’라는 신용 지표를 개발해 왔다. 한국평가데이터(KoDATA)와 협력해 만든 이 지표는 기존 신용정보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환 능력을 다양한 데이터로 보완한다. 소득 증빙이 부족하거나 금융거래 이력이 짧은 사람도 실제 행동 데이터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이번 협업에서 토스는 데이터와 컨설팅을 제공한다. PFCT는 자사의 렌딩테크 솔루션 ‘에어팩’을 통해 이 모형을 금융회사에 실제로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토스가 직접 대출을 내주는 게 아니라, 심사 기준 자체를 다른 금융사에 판매하는 구조라는 점이 눈에 띈다.
기존 신용평가와 무엇이 다른가
기존 신용평가는 몇 가지 정형화된 지표에 의존했다. 대출 상환 이력, 연체 기록, 카드 사용액 정도가 전부였다. 이 방식은 금융 이력이 이미 쌓인 사람에게는 잘 작동한다. 하지만 사회 초년생이나 프리랜서처럼 이력 자체가 얕은 사람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해 왔다.
대안신용평가는 이 틈을 파고든다. 통신비 납부, 소비 패턴, 앱 사용 행태 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함께 본다. 개인적으로는 이 방식이 기술적으로 새롭다기보다,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축적하고 있느냐의 싸움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토스는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 구분 | 기존 신용평가 | 대안신용평가 |
|---|---|---|
| 주요 데이터 | 대출·카드 이력, 연체 기록 | 소비 패턴, 통신비, 행동 데이터 |
| 강점 대상 | 금융 이력이 긴 고객 | 이력이 짧은 씬파일러 고객 |
| 평가 주체 | 신용평가사(CB사) 중심 | 핀테크·데이터 보유 기업 |
| 공급 방식 | 표준화된 점수 제공 | 금융사별 맞춤형 모형 공급 |
표를 보면 두 방식의 차이가 명확해진다. 기존 방식이 ‘이미 증명된 사람’을 골라내는 데 강했다면, 대안신용평가는 ‘아직 증명되지 않은 사람’을 찾아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필자가 보기엔 이 차이가 앞으로 금융권 경쟁의 축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
토스의 전략적 대응, 데이터를 무기로
토스는 이미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상대로 비슷한 모형을 공급한 이력이 있다. 이번 PFCT와의 협업은 그 확장판에 가깝다. 금융회사마다 리스크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표준화된 하나의 모형이 아니라 회사별 맞춤형 모형을 만든다는 점이 특히 전략적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토스의 수익 구조가 은근히 넓어진다는 사실이다. 대출 중개나 자체 상품 판매를 넘어, 심사 모형 자체를 상품화하는 방향이다. 데이터를 직접 파는 대신 ‘판단 기준’을 판다는 뜻이다. 이는 AI 에이전트 결제 표준인 x402 프로토콜이 인프라를 표준화해 파는 방식과도 묘하게 닮아 있다.
다만 이런 모형에는 늘 따라붙는 질문이 있다. 대안 데이터가 특정 집단에 불리하게 작동할 가능성은 없는가 하는 점이다. 토스와 PFCT는 아직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검증 방식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파이낸셜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번 협약의 방점은 어디까지나 금융 접근성 확대에 찍혀 있다.
IT-SUE의 시각
필자가 보기엔 대안신용평가의 진짜 관전 포인트는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 독점이다. 토스처럼 수천만 명의 결제·소비 데이터를 가진 기업만이 이런 모형을 정교하게 만들 수 있다. 후발주자가 따라잡기 어려운 구조라는 뜻이다.
앞으로 관심 있게 지켜볼 부분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 모형이 실제로 연체율을 낮추면서도 승인율을 높이는 결과를 보여주는가다. 다른 하나는 평가 기준의 투명성을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가다. 데이터가 많다고 무조건 좋은 심사가 되는 건 아니다. 그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결국 신뢰를 가른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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