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자체 개발한 음성인식 모델 MAI-Transcribe-2를 공개하며 오픈AI 의존도를 줄이는 길을 택했다. 반면 애플은 이번 주 자사 대표 AI 기능의 두뇌를 통째로 경쟁사인 구글에 맡기는 쪽을 선택했다. 같은 시기, 같은 업종의 두 공룡이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그 반대편 선택의 결과물이 바로 제미나이 시리다. 오는 9월 9일 애플 행사에서 공식 데뷔가 예정돼 있고, 구글의 초대형 언어모델을 심장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필자가 보기엔 이 계약 하나가 애플의 AI 전략 전체를 다시 읽게 만드는 사건이다.
제미나이 시리란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하나
제미나이 시리는 애플이 구글과 맺은 다년 계약의 결과물이다. 구글이 애플 전용으로 맞춤 제작한 약 1.2조 파라미터 규모의 제미나이 모델을 시리에 이식했다. 애플은 이 라이선스 대가로 연간 약 10억 달러를 구글에 지불하는 것으로 아주경제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자체 초거대 모델을 밑바닥부터 만드는 대신, 이미 검증된 외부 모델을 빌려 쓰는 쪽을 택한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결정이 애플답지 않다고 느껴진다. 애플은 칩부터 운영체제까지 대부분을 직접 설계해온 회사다. 그런 애플이 AI의 핵심 두뇌만큼은 외주로 돌렸다는 사실 자체가, 자체 대형언어모델 개발이 얼마나 어려운 싸움인지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출시 방식은 왜 이렇게 조심스러운가
제미나이 시리는 처음부터 전 세계에 동시 배포되지 않는다. iOS 27 베타 이용자는 최대 일주일가량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하고, 언어도 영어부터 우선 지원된다. 이 지점이 흥미로운데, 신기술치고는 지나치게 신중한 롤아웃 방식이기 때문이다.
더 눈에 띄는 대목은 지역 제한이다. 해외 IT매체 테크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과 중국 이용자는 출시 시점에 이 기능을 아예 쓸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의 디지털시장법은 경쟁 음성비서에도 시리와 동일한 기기 접근 권한을 요구하는데, 애플은 이를 안전하게 구현할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애플이 제시한 대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상태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AI 조달 방식이 정반대로 갈렸다
같은 빅테크라도 AI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아래 표로 두 회사의 접근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봤다.
| 구분 | 애플 (제미나이 시리) | 마이크로소프트 (MAI 자체모델) |
|---|---|---|
| 모델 확보 방식 | 구글에서 커스텀 모델 라이선스 | 사내 조직이 처음부터 자체 개발 |
| 연간 비용 구조 | 라이선스료 약 10억 달러 추정 | 연구개발 인력·인프라 투자 |
| 초기 출시 범위 | 영어권 우선, EU·중국 제외 | API 형태로 폭넓게 즉시 공개 |
| 규제 리스크 | EU 디지털시장법과 정면 충돌 | 상대적으로 낮은 편 |
| 전략적 목적 | 하드웨어 판매 방어, 속도전 | 오픈AI 의존 축소, 자체 역량 확보 |
표를 보면 두 회사가 각자 가장 절실한 문제부터 풀고 있다는 게 드러난다.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하드웨어 판매가 급하니 속도를 택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앞서 다룬 MAI-Transcribe-2 전략에서 보듯 장기적 자립을 택했다. 필자가 보기엔 어느 쪽이 옳다기보다, 각자의 조직 구조와 시급함이 선택을 갈랐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애플의 전략적 대응, 어떻게 움직이고 있나
이번 발표는 조직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지난 9월 1일 존 터너스가 애플의 새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것으로 보도됐다. 25년간 하드웨어 엔지니어로 일해온 인물이 첫 메모에서 이번 출시를 “경이롭다”고 표현했다고 알려졌다. 다만 정책·규제 대응 경험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팀 쿡 전 최고경영자는 이사회 의장으로 남아 정부 관계를 계속 관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은 공식적으로 이 인사와 관련한 세부 배경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대기자 명단 방식의 단계적 출시, 언어권별 순차 지원, 유럽연합 제외라는 세 가지 조치가 눈에 띈다. 이를 종합하면 애플이 리스크 최소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지점이 흥미로운데, 완성도보다 규제 대응이 출시 전략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는 뜻이기도 하다.
IT-SUE의 시각
제미나이 시리는 단순한 신기능 업데이트가 아니라, 애플이 처음으로 자사 생태계의 핵심 지능을 외부에 통째로 위탁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개인적으로는 이 선택이 단기적으로는 합리적이라고 본다. 자체 모델 개발에 드는 시간과 실패 위험을 고려하면, 검증된 구글 모델을 빌리는 편이 아이폰 판매 방어에는 훨씬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다른 문제가 남는다. 핵심 AI 역량을 경쟁사에 의존하는 구조는 협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럽연합과의 마찰 역시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앞으로 애플이 자체 모델 개발에 다시 투자할지, 아니면 구글과의 관계를 장기 파트너십으로 굳힐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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